까까

오리 기름은 몸에 좋을까?

HERN의 공간 2023. 10.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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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사줘도 먹지 말고, 돼지는 누가 사주면 먹고, 오리는 내돈주고서라도 먹어라“라는 말을 아시나요?

보통 고기의 기름은 몸에도 안 좋고 살이 찐다고 해서 삼겹살 같이 기름기 많은 고기는 바짝 구워 기름을 쫙 빼서 먹고는 하죠.
반면 오리고기와 오리 기름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오리고기를 먹을 때 흥건히 나오는 기름은 건강에 좋다고 거리낌 없이 먹는 사람들이 있고, 오히려 오리고기 기름을일부러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모아서 마시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과연 오리고기 속 기름은 사람들의 기대만큼 착한 기름일까요?

오리 기름이 좋다는 주장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그 중 대표적인 주장은 오리고기 기름은 수용성이라는 것인데, 오리고기 기름은 몸에 쌓이지 않아 먹어도 체외로 배출되니 살이 찌지 않는다는 설이에요.

수용성(水溶性)이란 말 그대로 물(水)에 녹는 성질이란 뜻인데, 기름은 물에 녹지 않아요.
기름은 수용성일 수가 없고, 오리 기름도 수용성이 아니에요.
우리는 기름은 물 위에 뜬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요.
오리 고기를 먹고 설거지를 하면 오리 기름도 물에 섞이지 않는 다는것을 금방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왜 오리고기 기름이 수용성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이 오해는 오리고기 기름은 하얀 굳기름이 아니라, 물과 비슷한 액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삼겹살 기름도 막 구워먹고 있을 때는 액체이죠.
그 기름이 모인 후 시간이 지나서 온도가 낮아지면 굳기름이 돼는데, 오리고기 기름도 마찬가지예요.
뜨겁게 해서 먹을 때는 액체이지만, 기름이 모인 후 온도가 조금 낮아지면 굳어요.
먹다 남은 오리고기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쉽게 확인 할 수 있죠.

상온에서 고체인 지질을 지방(fat), 액체인 지질을 기름(oil)이라고 하죠.
그리고 이 차이는 지질 안에 들어 있는 지방산의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데, 포화지방산이 많을수록 상온에서 딱딱한 고체가 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을수록 상온에서 흐느적거리는 액체가 돼요.

보통 식용유라고 불리는 식물성 기름인 콩기름, 포도씨유, 올리브유, 참기름, 들기름 등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상온에서 액체가 되고,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의 지방은 포화지방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상온에서 고체가 되죠.

오리고기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건강에 좋다?
그런데 오리고기의 지방은 동물성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고기와는 달리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액체이고, 그래서 건강에 좋다는 주장들이 강했어요.

오리고기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불포화지방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돼 포화지방보단 상대적으로 건강에 이로운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오리에는 불포화지방이 많고, 포화지방도 많아요.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오리고기 100g엔 포화지방 6.2g, 불포화지방 11.8g이 들었어요.
같은 양의 소고기 안심에는 포화지방 4.9g, 불포화지방 6.2g, 돼지고기 목살에는 포화지방 5.9g, 불포화지방 8.6g이 들었죠.
두 고기와 비교했을 때 오리고기는 포화지방을 비롯한 총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에요.
한마디로 지방이 전체적으로 많은거죠.
중요한 것은 모든 고기에는 포화지방산 불포화지방산도 모두 들어 있어요.
 
그리고 불포화지방이 건강에 좋고, 포화지방이 건강에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데, 포화지방은 피하지방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인데다, 포화지방이 오히려 당뇨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기름은 종류에 따라 열량이 다르지 않아요.
오리고기 기름은 칼로리가 낮아서 살이 안 찐다는 말도 있는데, 식물성 기름이건, 동물성 지방이건 열량은 1g 당 약 9kcal로 동일해요.
그러니까 살찌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몸에 해로운’ 지방이 따로 있다기보단, 지방을 지나치게 과다 섭취하는 게 문제인 것이죠.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고기의 지방에 있는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아니라, 지방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가인데, 오리와 돼지의 문제가 아니라, 닭가슴살이냐 닭날개냐, 돼지등심이냐 삼겹살이냐 등.. 고기의 부위 선택이 더욱 중요하다는 거에요.
 
결국 불포화지방산 비율에서 오리고기가 다른 고기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한 것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쩌다가 오리 기름은 몸에 좋다는 인식이 생긴걸까요?

오리기름이 몸에 좋다는 주장들이 생긴 것을 과거 오리고기 판매업자의 마케팅에서 시작되었어요.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에서는 오리고기를 굉장히 좋아하고, 일본에서도 오리를 즐겨 먹었는데, 한국에서만 별 이유 없이 닭, 돼지, 소에 밀려 별미 정도로만 취급되어 소비량이 적었어요.
그래서 대중들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닭, 돼지, 소와 다르게 건강에 좋다는 마케팅이 제일 효과적이었죠.
 
1990년대 까지 오리를 다루는 음식점은 최소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은 오리를 음식으로 인식조차 하지 못했어요.

삼국시대부터 식용으로 키워온 닭과 달리 한반도에서 오리를 식용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로 생각보다 식용 역사가 짧은 고기에요.

그 이전에는 사냥해서 잡아먹는 요리로 취급했어요.

그러나 광주광역시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양에 좋은 식재료로 크게 각광받았다고 해요.
"사위 사랑은 장모의 씨암탉 백숙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과거 전남 지역에서는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들깨가루를 넣고 푹 끓인 오리탕을 대접하는 게 전통이었다고 하죠.
 
건강에 좋다는 마케팅이 음식의 효능을 집착하던 한국사라들에 힘 입어 오리요리를 다루는 음식점이 많아졌고
결국 국내에서도 오리요리를 다루는 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어지간한 슈퍼에도 포장된 훈제 로스 하나 쯤은 보일 정도로 오리고기를 보급시키는데 성공했어요.
현재 국내 오리고기 생산량의 80% 이상이 전남에서 생산되고, 광주에는 오리요리 거리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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